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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_향수_이동원 박인수

Lazy Bear 2008. 12. 10. 18:52

 바람을 따라 걷다 <한희원 作>

은빛바람 <한희원 作>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사람마다 세대마다 가지고 있는 향수는 다르다.   아래 시(노래)가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아마도 내가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 때문일거다.   단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억들 중에는 초가집이 있었고 얼룩백이 황소도 있다.   냇가에 떠내려 가던 꽃무늬가 있던 검은 고무신, 해질 무렵 뒷동산에 앉아 있으면 분홍색 하늘을 배경으로 굴뚝에서 저녁 연기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신작로라 불리던 도로와 그 양쪽으로 늘어섰던 미류나무들....   어항으로 물고기를 잡고 헤엄을 치던 앞실 냇가, 그 냇가를 가로막고 있던 둑방과 y자로 갈라진 길.   사랑방이라 불리던 곳에는 흰머리를 뽑아주길 기다리는 할아버지가 계셨고 우리는 놀러 나가기 위해 그 앞을 포복으로 기어나가곤 했다.   겨울에도 아침 6시면 이불이 개이고 온갖 방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청소를 하고 마침내는 화로가 들어온다.   방학때 외갓집에 내려가면 이불에 동동 매달려 조금만 더 자게 해달라고 애원하다 결국은 화로를 앞에 두고 졸곤 했다.   그리곤 마침내 상이 세개나 붙여지고 온 식구들이 모여 앉아 아침을 먹는다.   집 뒤에 있는 앵두나무에서 열매를 따 챙겨 주시고 한밤중에 식구들 몰래 깨워 고기를 잘라 주며 먹으라던 할머니가 계셨다.    아, 아들을 최고라고 여기시며 오빠가 오면 삼계탕을 해주시던 외할머니도 계셨구나....   물론 지금은 아무것도 그대로 있지 않다.   초가집들은 알록달록하고 그림책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조립식 주택으로 변했고 뒷동산에는 공장이 들어섰고 둑방은 거의 무너졌으며 황소들이 있던 외양간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시던 분들이 아무도 안계신다.   하지만 그래선지 내 기억속에서는 정점 선명해지는 듯 하다.   노래에서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향수

정지용 시, 이동원 & 박인수 노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 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