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리고 사진

제주 올레길_10코스_2009년 4월 11일

Lazy Bear 2009. 4. 14. 22:42

화순해수욕장에서 시작해서 모슬포항까지 가는 10코스.   올레 시작한 지 3일째....   훌륭하기도 했지만 아주 힘들고 어려웠던 코스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화순 해수욕장에서 아침 9시 30분에 시작했으나 모슬포항에는 저녁 7시에나 도착할 수 있었다.   거의 지쳐서 제대로 걷기 힘든 지경이이었다.   다시 숙소인 풍림 리조트까지는 시내버스로 1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했다.     

 

10코스는 8코스나 9코스에 비해 표시를 찾기 어려웠다.   삼악산 근처에서 한번  길을 잃은 것은 선천적 길치인 내탓이었다.   정상으로 가지 못하고 해병대 초소쪽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주변에 계시던 분들의 도움을 받아 철조망을 넘어 정상으로 올라갔는데 역시나 길을 찾지 못하고 오던 길을 내려오던 연인이 있었다.   송악산 소나무숲 끝에서도 화살표가 애매해서 한참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해야 했다.     

 

코스 중간 중간 만나는 조그마한 해변들마다 쉬었다.  한곳에서는 양말을 벗고 걷기도 했다.   이쁜 조개들도 주웠다.   아, 무언가의 알들도 발견했다.   새알인가?   혹 거북이 알?   ㅎ ㅎ   당연 늦어질 수밖에...

 

삼악산 정상에서 내려오니 두명의 남자들이 쉬고 있다가 바로 출발한다.   젋고 이쁜 남녀들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 난 쉬지 않고 남정네들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송악산 소나무숲과 말 방목장을 지나 힘들고 지루한 대로변을 오래 걷다 만난 해변에서 주저 앉아 무언가를 채취하는 분들을 보며 한참을 쉬었다.   누군가 아는 척을 하는데 보니 연인이 도착했다.   너무 오래 쉬었나?   같이 출발해서 걷다보니 누군가 놓고 간 카메라가 보인다.    내 앞에 가던 두 남정네중의 한 명이다.   그냥 두면 그들에게 제대로 되돌려지지 않을 것 같아 주워들고 출발했는데....   이때부터 모슬포항까지는 내내 그들의 행적을 쫓아야 했다.   두 남자를 보셨나요?   언제쯤 지나 갔나요?   20분 전이요... 10분전이요...   아.. 그들을 만나기 힘들겠다.   숙소로 돌아가면 프론트에 맡기고 올레 사이트에 올려야겠다 생각했다.   잃어 버린 줄 모를리가 없는데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으.....   하모 해수욕장 완주점에서 택시를 불러 가고 싶었으나 혹시나 싶어 모슬포 시내까지 걷는 동안이 젤 힘든 길이었다.   그런데 모슬포 시내에서 시외버스 정류장을 찾아 걷고 있을 때 앞에서 오던 남정네가 아는 척을 한다.   혹시 카메라 주우셨어요?   하하하하!   난 길치이기도 하지만 한번 본 얼굴은 절대 기억하지 못한다.   아.. 네.... 왜 안돌아오셨어요?  잃어 버린 줄 알았으면 돌아오지.... 그 사람도 중간에 만났던 남녀가 내가 카메라 주워서 돌려 준다며 먼저 출발했는데 못만났냐고 말했는데 나를 보지 못해서 포기하고 있었나부다.   갈래길에서 해변쪽을 택해 걸었는데 아마 그 길이 훨씬 먼 길이었는지 난 한참이나 처져 있었다.   어쨌든 난 오늘 좋은 일 했다.   카메라를 주인 찾아 돌려줬으니깐.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낯을 가리는 나로서는 저녁을 같이 먹자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함 수밖에 없었다.  

 

소소한 일에 대한 결정이 나에겐 더 어렵다.   예를 들면 점심 먹을 식당을 선택하는 일...   넘 어려운 일이다.   송악산 입구 근처서부터 여러개의 식당을 들어갔다가 단체 손님들로 너무나 북적거리는 모습에 놀라 나오고 나오고... 또 너무 작고 소박한 집은 또 그대로 못미더워 못들어가고 가고...   결국은 송악산 입구 젤 마지막집인 송악산 식당을 들어갔다.   밥을 안먹고는 올라갈 자신이 없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하시는 분이 성게물회를 권하기에 먹었는데 의외로 너무 시원하고 맛있었다.

 

힘들었지만 중간 중간 만났던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즐거웠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