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리고 사진

제주 올레길_7-1코스_2009년 4월 15일

Lazy Bear 2009. 4. 16. 21:40

아침에 엄마와 동생을 보냈다.   멀리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리무진 버스를 탄 엄마를 보며 눈물이 난다.   어쩔까 생각하다가 월드컵경기장에서부터 시작하는 7-1코스를 걷기로 했다.   표시가 없어서 시외버스터미널에 있는 인포메이션에 가서 묻고 시작했다.  

 

월산동 어느 돌담 안에서 일을 하시던 할머니, 인사하니 반갑게 대하시며 캬라멜 두개를 주신다.   고근산에서 내려와 계속 같은 차를 만났다.   여자분이 운전하셨는데 길을 잃었나 싶어 쳐다보니 차를 멈추고 기다린다.   가까이 가니 태워드릴까요... 흠.... 그쪽은 나를 도와주려고 멈추었나부다.   포장된 길은 걷기가 참 힘들다.   다리가 많이 아프다.  한 할머니가 역시나 돌담안에서 일을 하시길래 인사하고 쉬어갈 겸 들어가 앉았다.   잡초를 뽑고 어린 밀감 나무를 돌보고 계셨다.   어디서 왔어, 왜 왔어, 어디가....   올레길 걷는다 하니 젊어서 좋겠다신다.  하하하!!!   그래, 할머니 눈에는 내가 아직도 젊은게 맞을거다.   서호마을을 지나칠 때 길에서 만난 초등학생 아이들, 반갑게 인사해 준다.  올레꾼이 낯설지 않은가부다.   골목에서 만난 할머니, 어디 가냐고.... 배낭에서 책을 꺼내려고 하니 난 길 잘 몰라 하신다.   하하하!!!   길을 물으려는게 아니고 물어보셔놓구는....   하논분화구라고 하니 아, 왼쪽으로 주욱 가면 된다고 하시며 팔을 치고 가신다.   하하하하!   이래서 난 노인분들이 좋다.    

 

바람, 바람, 바람... 오늘은 제주에 바람이 많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 날이다.   바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들과 바람 때문에 생긴 돌담과 키가 큰 나무들.... 밀감 농장들은 아늑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억새밭 근처에서는 갑자기 불어노는 바람소리에 억새와 나무들이 서로 대화를 하는 거 같아서 조금 무서웠다.   ㅎ ㅎ   죄를 많이 지었나부다...

 

엄마가 친구 만들어 다니라고 했는데 왜 내가 가는 길마다 사람들이 없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삼박사일을 엄마와 동생과 보내서인지.... 엄마가 보고 싶었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