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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열매, 꽃보다 아름답다!!_과수원체험

Lazy Bear 2010. 1. 11. 20:47

 이모네가 풍기에서 과수원을 하신다.   매번 맛있는 사과며 배며등을 공짜로 받아 먹을 뿐이었다.   외갓집에서 만난 이모부가 사과 따러 오라고도 하셨다.   이번에 사과 따기가 늦은데다 일손을 찾기 어려우신거 같았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내가 가서 무슨 큰 도움이 되겠나 싶었지만 너무 오래 게으르게 있는 몸을 한번 혹사하고도 싶어서 내려갔었다.   이모에게는 늘 빚지고 있는 듯한 기분도 한 몫 했다.   이모가 시집 가기 전 엄마가 아프셨을 때 이모가 우리집에 와서 한동안 살림을 했었다.   결혼도 안한 처녀가...  늘 병약했던 엄마한테는 언니같은 강한 동생이다.

 

한마디로...   거의 죽음의 일주일이었다.   꼭 나쁜 의미는 아니다.   ㅎ ㅎ  이모와 이모부의 일과는 새벽 기도에 참석하시는 걸로 시작한다.  그 후에 준비를 해서 이모부는 트럭으로 이모는 승용차로 과수원으로 출발한다.   가는길에 일꾼들을 태워가는데 그 약속 시간이 아침 6시 30분이다.   하하하!!!   얼마만에 이 시간에 일어나 보는지...   회사에 다시 다니는 느낌이다.   과수원에 도착하면 커피를 끓여 마시고 7시에 본격적으로 사과따기를 시작한다.   9시에 아침 식사, 1시에 다시 점심 그리고 3시쯤 간식(소위 말하는 새참) 그리고 오후 5시 30분에 일을 끝내고 다시 일꾼들을 태워 집으로 향한다.   5시 30분이면 해가 져서 더 이상 일하기가 어렵다.   집에 와서도 뭐 그리 일들이 많으신지 한참동안 방에는 들어오지도 못하신다.   흠...   7시쯤 저녁 식사 그리고 이모는 내일 식사거리를 준비하시고 등등등 하다가 9시쯤 잠자리로...

 

여러가지로 별로 할 줄 아는게 없는데다 힘도 쓸 줄 모르는 나로서는 도움이 별로 되지 못했다.   그저 이모 옆에서 식사 준비하고 설겆이하고 커피 준비하고 그 사이사이 사과따는 것을 돕는 정도다.   그래도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나로서는 조금 힘들었던 강행군이랄까....    여행을 가면 씻고 잘 수만 있으면 어떤 곳에서도 잠을 못자는 일은 없는 내가 왜 이렇게 까탈스러운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잠이 부족해 몸은 점점 힘들었다.   그래도 좋았다.   이렇게 하루 종일 몸을 쓰면 지낸적이 언제였던가싶다.          

 

내가 갔을땐 이미 많은 사과들이 나무에서 내려와 아래처럼 모여있었다.   이쁘다...  

 

처음에 봤을 때 너무 놀랬다.   아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또 나무위로 올라가기도 하면서 따야한다.   사과 나무가 이렇게 키가 큰 줄 몰랐다.  

 

 

첨엔 재미었다.   그냥 쉽게 쉽게 따져서...   이모가 다시 가르쳐 줬다.   꼭지가 아예 떨어지면 상품가치가 없단다.   꼭지가 있게 따려면 사과 주변에 삐죽한 것들에 사과가 상처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검지로 그것들을 막으면서 따야 한단다... ㅠ.ㅠ  역시나 세상일엔 쉬운 것이 없다.   한참 하다보니 장갑을 꼈음에도 검지가 얼얼해지기 시작했다....

 

고리가 있는 바구니를 나무에 걸쳐놓고 사과를 따서 모은 다음 딴 사과를 모아놓은 장소로 옮겨야 한다.   거기에서는 또 바구니에 있는 사과들을 내려 모아 놓는 사람이 있다.   이때도 조심해야 한다.   사과가 다치지 않게 살살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사과 따기가 계속될 수록 아래같이 사과 모아 놓은 것들이 여러개가 생긴다.   주변의 사과 나무들은 잎만 남았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꼭지가 있는 사과들이 상품가치가 있지만 나무에서 갓 따진 꼭지는 길어서 다른 사과를 상처줄 수 있단다.   그래서 이 많은 사과들을 하나하나 꼭지를 조금씩 잘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하하하!!!   여기서 하나님이 참 원망스러웠다.   아니, 왜 꼭지가 있어야 상품가치가 있는걸까?   사람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등등등등...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았다는...... 

 

울 이모부...   존경한다.

 

맬맬 볼때마다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것이 너무 이뻐 카메라를 들이댄다.   물론 실제로 보는 것만큼 나오지는 않아 실망하면서도 그치지 못한다.   한 나무에 100개도 넘게 달린단다.  ㅎ ㅎ   한참 힘들땐 이모부한테 너무 많이 달리는 것 같다고 불평을 하기는 했지만...   자연은 참 신기하다.   주렁주렁 달린 사과들의 무게를 잘 버티고 있는 나무도 그 가지들도 참 여린 듯한면서 강하다.   그래서 아름다운지도....  

 

다행히 우리가 사과를 모두 따 얼지 않게 잘 덮어놓은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었다.   일주일의 체험을 끝내고 나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정신 모르고 잠이 들었다.....

 

-첫날 아침 커피를 타며 내 식대로 물을 가늠했더니 양이 많아 모두들 힘들어 하셨다.   난 심지어 커피도 제대로 못탄다.... ㅠ.ㅠ

-타고난 길치.   아침저녁으로 오고간 길을 기억하지 못하니 운전이 서툴고 그래서 이모 심부름도 못했다.   과수원이 외지다보니....  아, 길치!!

-비가와서 반나절밖에 일을 못하고 집에 일찍 온 날, 이모 이모부랑 훈제오리 먹으러 갔다.   이모랑 나랑 정말 과식했다!

-과수원으로 가던 어두운 새벽길, 이모부가 차에 치어 죽어 있는 노루 발견!   모두들 (일꾼들 포함) 너무도 좋아하시며 그 다음날 점심으로 노루 불고기 드셨다.   아, 난 왠지 묻어줘야 할 것만 같은데......  교통사고라니, 시골에서는 종종들 있는 일이란다.   

-장로님이신 이모부.   교회에서 남성부의 회계신데 일년 장부가 안맞는단다.   ㅎ ㅎ 모두 방에 엎드려 계산기 두들겨가며 어디서 틀렸는지 찾았다.   ㅎ ㅎ   이날은 예외적으로 밤 11시에 잠들었다는.....

-서울로 돌아오는 날, 내 짐보따리에는 이모가 나 몰래 감춰둔 용돈이 있었고 이모네 안방 전화기 밑에는 내가 드리는 용돈과 쪽지가 있었다.   이모부랑 훈제오리 사 드시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