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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_로티? 또치?

Lazy Bear 2008. 8. 27. 02:59

2004년 어느 겨울날, 그러니까 우리가 17년을 기르던 또치를 힘겹게 보내고 다시는 강아지를 기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6개월을 보냈을 즈음 아주 작고 이쁜 하얀 강아지가 찾아왔다.   동생이 출근길에 길을 헤매고 있는 강아지가 걱정되서 집에다 데려다놓은 것이다.   관리실에도 얘기해 놓았지만 강아지의 주인은 찾아오지 않았다.   미니 마르치스여서 비싼데다 아직 어린 강아지라 그 추운 겨울 아침에 누가 일부러 버리지는 않았을텐데 어찌된 사연인지는 강아지가 사람말을 못하니 알 수 없다.   이젠 주인이 찾아오지 않겠다 싶을 만큼 시간이 흘렀을 때 우리는 똑같은 이름인 또치를 주었다.   그리고 다시 4년이 흘렀다.    

  

얼마나 작고 하얗고 이쁘고 착하고 조용한지 우리 모두 감격해 하고 신기해 했었다.   이런 것이 애완견이구나.   이렇게 부르면 오고 꼬리치고 사람한테 안기고 짖지도 않고 밥상에 달려 들거나 떼쓰지도 않을 수 있구나....  전에 기르던 또치는 본인의 서열을 엄마 아빠 밑으로 아니 어떤땐 자기가 일인자인줄 알던, 심하게는 사람이라고 알던 강아지였다.   고집 세고 힘도 세고 이빨도 튼튼하고 의사도 분명한 하얀색 마르치스와 푸들이 섞인 강아지였다.   아니, 17년을 그렇게 함께 살았으니 형제였을까?   너무나 화창한 어느 봄날, 갑작스런 암 진단을 받았고 진통제로 견디는 것을 보다못해 보내야했다.   요즘도 우리는 살았으면 대학을 가고도 남았을 나이라며 웃곤 한다.          

 

 손을 달라면 손을 주는 구나....   ㅎ ㅎ   하품하는 것도 귀엽다.

 

털이 북실북실해졌다.   여느때처럼 뭉치기 전에 아빠가 털을 깎곤 하셨다.   17년동안 해오신 일이라 능숙하시긴 해도 사실 멋스럽진 않았었다.    

 

강아지를 기르고 처음으로 돈을 주고 미용을 시킨 후의 사진이다.   ㅎ ㅎ   왠일인지 아빠도 뭐라 하지 않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이쁘셨나부다.   너무 짧게 깎아서 난 맘에 들지 않았지만 머리에 핀도 꽂고 심지어 이쁜 옷도 입힐 수 있다니 정말 감동이었다.   전의 또치는 추워서 만들어 입힌 옷을 한나절을 걸려 이빨로 잘라냈었다.   끈기 하나는 알아주는 강아지였다.   집에 손님이 오셨을 때 내내 몇시간을 계속 짖어서 결국은 목이 쉬어 한동안 컹컹댔었다.   지금 또치는 처음에 짖질 않아서 벙어리 강아지인 줄 알았었다.   나중에 정들어 반가워하면서 소리를 내서 안심했었다는...    

 

이런 순종적인 자세와 눈빛이라니.... 눈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하하하!   시키면 시키는대로 포즈를 잡고.   감동이다.

 

이쁜 나시를 입혀도 이불에 파묻어도 가만 있는다.  

 

단발머리 같은 느낌이다.   털이 어느정도 자라주는 것이 더 이쁜 거 같다.   아유 이뻐라....   크고 까만 눈동자가 선하다.   하하하, 허나 '이상한 김씨 집안'에서 4년이 지난 지금 이 강아지의 눈빛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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