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리고 사진

동네에서 하는 눈길 여행_성북천_2010 01 04

Lazy Bear 2010. 1. 6. 02:20

아침에 눈을 뜨니.. 와!!!   밤새 눈이 오고 오고 또 왔나부다.   이렇게 오래 눈이 그치지 않고 오다니...  마냥 좋다.   그냥 실내에만 있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챙기고 평소 쓰고 싶었던 모자까지 쓰고 완전무장하고 나왔다.   이층 할머니가 현관 앞의 눈을 치우고 계신다.   흠...  모른체 할 수 없지.   삽을 받아들고 눈을 대신 치우는데 휴... 엄청 힘들다.  골목에는 여기저기서 눈을 치우는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효과는 별로 없는 듯 하다.   모두들 문앞의 눈을 치워 골목 가운데로 몰아 놓는 듯... ㅎ ㅎ      

 

 창문으로 본 옆집의 옥상.   이십 몇센치가 왔다더니 정말 맞는거다...

 

드디어 눈길여행 시작!   성북천이다.   늘상 징검다리를 건너 먹이 사냥을 하러 시장을 간다.   징검다리...  건널 때마다 떨어질까봐 조금 두근거리기도 하는 것이 옛날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좋다.   나랑 같은 마음인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산책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다녀갔는지 발자국으로 길이 나 있었다.   눈을 왜 좋아할까?   흠...   모든 것들을 하얗게 만드니까?   예쁜 것들은 더 이쁘게 더러운 것들은 가려서 이쁘게 해 주니깐?   눈이 내릴때는 사락 사락 소리가 나는 것도 같다.   눈이 내리면 또 주위가 조용해지는 것도 같다.   고요해진달까....   물론 걸을 때 뽀도독 소리가 나는 것도 좋다.  

 

눈 내린 성북천에는...   사람들이 낸 발자국 길도, 눈 모자를 쓴 그래서 더 예쁜 섬이 되어버린 돌들도, 눈 때문에 새의 발자국처럼 보이는 나무(? 식물?)도, 살짝 얼어 가운데만 길이 생긴 물도, 물이 언 위로 눈이 내려 아예 물길이 없어져 버리기도 했고, 바람때문에 서로 다른 높이로 눈이 쌓인 계단도, 눈 위에 쓴 '사랑해'란 낙서들도, 사람들이 낸 눈길보다는 새로 길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발자국도, 눈을 맞고 흉가처럼 되어버린 식물들도 그리고 무엇보다 눈을 즐기고 싶어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공사로 인해 길이 짧아진 것이 정말 아쉬운 여행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