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리고 사진

스위스 티틀리스_2004

Lazy Bear 2008. 6.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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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년 10월 19일

Route:   호스텔 ->18번 버스로 루쩨른 HBF ->기차로 Engelberg ->케이블카로 Trubsee -> ...  -> 케이블카로 Engelberg ->기차로 루쩨른 HBF ->버스로 호스텔

 

매표소에 도착하니 비가 오고 있었다.   티켓 부스에 있는 직원이 부스 옆에 붙어 있는 모니터를 가리키며 정상에서의 전망이 저 정도인데 올라가겠냐고 물었다.   화면은 눈바람이 불고 있어선지 회색만 보여 주고 있었다.   Trubsee까지만 올라 가기로 하고 케이블카를 탔다.   Trubsee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ㅎ ㅎ   식당도 가게도 문닫고 말 그대로 인적이 없었다.   흠... 용기를 내서 좀 걸으니 Trubsee가 바로 보였다.   눈과 비가 섞여 내리기 시작했으나 길도 잘 되어 있고 해서 걸어서 Unter Trubsee까지 가려고 했는데.....

 

*흑백사진처럼 보이는 풍경.   길이 넓고 잘되어 있어서 인적은 없었지만 용기있게 걸어갔다.   사실 좀 좋았다, 사람이 없는 것이.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겨울이 아닌데도 산이 눈으로 덮이다 보니 호수 색깔조차 검다.  

 

*드문 드문 호숫가에 있는 목조로 지은 집들은 아마도 창고인가...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없으니 어색해하지 않고 셀카도 찍으며 사갖고 온 샌드위치도 먹으며 흐뭇해 하는 중...

 

*아직까지 지나가는 사람 하나도 없었다.   가끔 어디선가 천둥같은 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려는가 했었다.

 

*이젠 호수를 완전히 빠져 나왔다.   한참 걸어가니 길이 좁아지기 시작해서는 어느순간 산등성이에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제일 넓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해 갔는데 눈비가 오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천둥소리도....    되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호수는 보이지 않았고 내가 걸어 온 길이 어떤 건지 알 수 없었다.    물이 고이고 눈이 쌓이고 풀때문에 모두 길이 아니고 그냥 산등성이처럼 보였다.   가슴이 덜컹하고 등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굵어지고 당황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다.   집이 한두채 있었지만 문과 창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비어 있었다.   순간 얼마나 복잡한 생각이 들던지...   여기서 없어진다면 누가 알고 집에 연락할 것인가.   호스텔에서는 모를거고 같이 묵는 핀란드에서 온 친구에게 얘기를 했던가.   마음을 진정하고 호수를 찾기로 했다.   호수만 찾으면 케이블카 정류장은 금방이니깐.  

 

*아래 사진은 헤매다가 간신히 호수를 찾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길을 잃어 헤맸던 충격때문이었을까 씩씩하게 출발했을 때보다 더 흑백으로만 보이는 사진이다.    당황해서 몰랐지만 알고보니 천둥처럼 들리던 그 소리는 건너편 산에서 공사하는 소리였다.   스키장 공사를 하고 있었던 듯 하다.   결국 혼자였던건 아니라는 거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찍은 사진.

 

*티틀리스 입구.   '안녕히 가십시오'가 보인다...   대책없이 혼자 걸어 내려 온다고 했다가 험해지는 날씨와 길을 잃어서 무서웠지만 그래서 더 티틀리스가 생각난다.   혼자 여행을 몇달씩 한다고 해도 진짜로 혼자가 된 적은 별로 없다.   그 몇 안되는 순간중의 하나인데 아직은 혼자가 될 준비가 안되었었나부다....   작년에 다시 갔을 땐 혼자가 아니었고 8월 성수기여서 사람들도 많았다.   길도 잃지 않고 방목되어 있는 소도 보고 하이킹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사진도 더 이상 흑백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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